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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의 공부법

족구마왕2 2013. 5. 3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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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의 공부법

퇴계가 지금 적은 거경궁리(窮理居敬)의 공부란 무엇인가. 그것은 <대학>이 담고 있고 주자의 해석들이 분명히 밝혀놓은 것이라는데, 지금 그 수련의 개략을 적어보려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는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와 대학의 전공, 그리고 회사 직장에서의 실무 노하우와 살아가면서 필요한 생활의 지혜 등일 것이다. 퇴계는 이 부면을 ‘견문(見聞)의 지식’이라고 부른다. 이것으로 그만 충분할까. 퇴계는 유학의 전통을 따라 이 지식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 ‘덕성(德性)의 지식’을 기초로 하지 않으면 견문의 눈먼 지식들은 자신의 성장은 물론,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을 해칠 수 있다. 지식은 양날의 칼이다.

덕성의 관건은 마음의 내적 중심과 안정이다. 그것을 유지하고 키우기 위해서는 혼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기와 편견을 다스리며, 태만과 오기의 무의식적 습성을 치유 정화시켜나가야 한다. 이를 거경(居敬)이라 하는 바, 퇴계 일생공부의 온축이 여기 실려 있다.

마음이 고요할 때, 세상 이치가 다 드러난다. 그렇지 않은가. 복잡한 기계의 작동 원리나 법정의 소송 규칙들은 따로 익혀야 할 것이지만, 내가 무엇을 해서는 안되는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는, 마음의 찌끼와 흙탕물이 가라앉으면서, 점점 뚜렷해진다. 사물과 국면은 늘 자신의 길을 보여주지만, 욕심에 쩔고 편견과 구습(舊習)에 가려진 눈에는 그것이 캄캄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장애를 제거하는 것과 사물의 본모습(理)이 드러나는 것은 동시이다. 그래서 말한다. “사물의 이(理)는 온통 내 마음에 있다.”

퇴계는 일상의 평범한 사태가 절대의 의미가 구현되는 성소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그 평범함에 지루해하며 경천동지(驚天動地)할 깨달음에 의지하거나, 억지로 사물의 없는 속을 파고들려고 하는데, 거기 학문의 함정이 있고,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면 마음의 병이 깊어진다. 퇴계는 늘 말한다. “진리는 일용(日用 일상)의 평이하고 명백한 곳(平易明白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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