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쪽 그들이 말하는 운학구장이라는 족구장도 고로나로 인해 완전 폐쇄된 상태이다. 그래서 L과K등 이쪽 족구인들을 만나지를 못한다. 그래도 몸을 그냥 나두면 썩어 문들어질까봐 혼자 양지체육공원 한바퀴 러닝을 했다. 러닝을 하면서 L이 혹시라도 혼자 족구연습을 하지 않을까 계속해서 그가 벽치기 하던 계단을 힐끔힐끔 쳐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쉬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은 만나야 하고 그래서 사회가 돌아가고 살맛이 나는것인데 참으로 씁쓸한 시대이다. 이땅에서 무수히 많은 난들이 있었겠지만 이 코로나 시대도 정말 힘든 난리인것 같다. 사내 회식도 없어진지 오래이고 여가로 즐기던 많은것들이 사라지니 모두들 이런시대에 적응하는것이 어려워 보이는것 같다.
K는 족구하는날의 다음날은 항상 첫차를 운전하기 때문에 늘 일찍 자리를 뜬다. 그러면서 인삿말이 항상 서로 싸우지 말고 옆에사람이 좀 잘 못해도 지적하지 말고 사이좋게 겸손하게 족구하라고 하면서 떠난다. 그동안 얼마난 나쁜상황들을 많이 겪었는지 어느정도 가늠이 되면서 공감이 된다. 족구를 하다보면 이런경우 많이 겪는다. 한팀으로 구성되어 네명이 같이 족구를 하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다. 당연한 것이다. 서로 살아온 삶의 방식이 다르고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니 부부싸움이 그렇듯이 이러쿵 저러쿵 크고작은 싸움이 있을수 밖에 없다. 싸울수도 있다.
이런 싸움을 보면 자신의 몸의 기질과 신경의 기질이 다른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생각을 달리 할수 밖에 없다. 가령 한 시점에서 세타는 자신의 몸과 신경이 그냥 넘겨줄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것을 옆에서 보는 공격수는 전혀 다른 몸과 신경의 기질로 그 상황을 본다. 그러면 그때 그 공격수는 그냥 넘겨주는것이 이해가 안되고 자기쪽으로 똑바로 띄워줄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할 수 있다. 왜냐면 이 차이가 바로 사람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공격수는 그렇게 할수 있을것이라 생각하지만 세타의 몸과 신경으로는 그렇게 넘겨줄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간극이 생긴 것이다. 그러면 이것은 어쩔수가 없는 것이다. 거기다 대고 아니 띄워줘야지 그걸 그냥 넘기냐는 식으로 얘기하고 세타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그건 정말 족구못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경우는 아주 흔히 발견된다. 서브를 넣는데 나는 이런방식으로 넣는데 옆에서는 그냥 안전서브로 넣어하는것. 넘어차기하고 발등공격 하고 싶은데 뒤에서는 해봐자 의미없어 하는 말들. 발로 리스브를 하는데 머리로 해 머리로 해 하는것들. 무수히 많다. 세타가 공격해버리면 그걸 왜하냐 하는식의 관점. 뺑기를 잡는데 공격수가 잡아야지 하는것들 좌빽이 잡아야지 하는것들. 우수비가 돌아가지 않으면 얘가 아직 모르네 하는것들.
자신의 관점이 항상 옳다라는 것을 버려야 한다. 자신만의 눈에 사로잡혀 다른관점을 이해못한다면 족구하기 어려워 질수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족구의 관점은 옆사람의 플레이가 아니라 우리 팀의 플레이를 봐야 한다. 세타가 그냥 넘기는 것은 그사람 몸과 기질로 최선을 다한것일수 있다. 그것이 자기 관점에서 봤을때 아쉽다 한다 하더라도 그걸 발설하고 표시내는 것은 무지 몽매한 행동이다. 그자리에서 그걸 지적한다 하더라도 바뀌는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감정만 상할뿐이다. 리시브가 계속 안좋고 안올라온다 하더라도 넘지않을 감정선을 잘 생각해야 한다. 리시브하는 사람이 나쁜리시브 하려 한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리시브 안좋다고 닥달해봤자 별반 달라지는것이 없다. 기분만 상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리시브를 잘 올릴까 궁리를 해봐라. 리시브 잘해라 하면 어느순간 갑자기 잘하게 변하는것을 보았는가. 열과 성의를 다해서 궁리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가 리시브를 이쁘게 해줄까. 어떻게 하면 저놈이 기분좋아져서 기가막힌 리시브를 올려줄까. 동료에게 성심성의를 다해야 한다. 자신이 높은수준의 족구를 하다가 와서 여기 낮은수준의 족구를 하다보니 저런 개판의 리시브는 이해할수 없다 하고 이것도 리시브냐 하면서 갱판을 친다면 그는 족구 못하는 사람이다. 누가 좀 잘한다고 불러줘서 자신이 정말 족구 잘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여기 동네족구에서 마치 국가대표인것처럼 거들먹 거리면 그만큼 볼썽사나운 것이 없다. 세상 모든것은 변한다. 가만히 앉아있는것도 설악산 흔들바위도 매일 매일 변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거기 흔들릴듯 앉아있었고 지금도 흔들릴듯 앉아 있지만 그때의 일기와 지금의 일기가 다르고 그때의 습도와 지금의 습도는 날마다 항상 다른것이기에 그때의 흔들바위와 지금의 흔들바위는 다른것이다. 물질이 그렇고 물질이 아닌,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느한때의 내가 지금의 내가 아니다. 주위환경도 바뀌고 내 자신의 마음도 그때와는 다르다. 옆에 족구하는 사람들도 바뀌고 내 족구하는 방법도 다르다. 족구의 유행도 바뀌고 내 족구하는 양도 달라졌다. 그러니 족구도 세상도 변하지 않는것이 없다. 한때는 잘나가던 족구인도 노력없이는 항상 그러한 잘나감이 존재하는것은 아니다. 한때 개발이었던 초뺑이 족구인도 어엿한 족구멤버로 자리매김하는것은 늘상 있는 변화이다.
이런것을 K는 몸으로 느꼈을것이다. 어떤 거들먹거리는 족구인이 자기 또는 누구한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비난하고 잔소리하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을것이다. 그러니 그는 겸손하라고 외쳐대고 있는것이다. 자신을 바라보고 팀을 바라봐야 할것이다.
그런 공을 넘겨주는 상황에서 그것을 지적한다해도 그순간 그 아까운 시간이 다시 올수 없다. 말로 지적할 필요가 없는것이다. 지나갔는데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것도 그가 최선을 다한것인데. 지적하지 마라 차라리 괜찮아 다음을 보자라고 얘기하라 자기 마음속엔 불같이 화가 나도 겉으로는 괜찮다고 다독여라 오히려 그의 최선을 믿어라 그리고 그의 최선을 칭찬해야 할것이다. 그러면 다음번엔 그가 기분이 좋아져서 진짜로 좋은 토스를 해줄것이다. 이것이 착한 족구이다.
착한족구는 강하다. 분위기를 뒤집을수 있다. 뚫리지 않을 강한 수비력을 발휘한다. 막을수 없는 강한 공격력을 가질것이다. 착한족구는 같이 만들어야 한다. 서로 실수를 다독이고 내 동료가 즐겁게 신이나서 방방 족구장을 날라다닐수 있도록 만들어라.
예전에 족구장에서 이런 싸움은 진짜 요즘보다 많았던것 같다. 족구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고 지금처럼 족구질서도 없었던 시기라 자기볼일보다 방금 달려와서 바지걷고 족구하는 사람들이 많던 시절이다. 너와 내가 모두 공격만 하고싶어 안달이 나서 공격하겠다고 왈가불가 니가 쎄니 내가 쎼니 말말말 하던 때. 이런 지적과 말싸움이 요즘과는 정말 비교될정도로 많았다. 그런곳에서 그저 즐기면서 싸우다가 놀이로 끝났으면 어떤 커다란 족구단 커뮤니티도 만들어지지 않았을것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족구를 계속하는 사람들은 다른 뭔가가 있다. 족구에 대한 생각이 다른이들과 다르기 때문에 현재까지 즐길수 있는것이고 단순 열정을 떠나 보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속되리라 믿느다.
어떻게 하면 족구단을 잘 운영해서 훌륭한 구단으로 발전시킬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족구단의 실력을 높일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족구단에 인재들을 많이 데려올수 있을까. 등등의 남다른 애정이 있기 때문에 족구단은 발전할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생각하는것이 이 착한족구이다. 아무리 우리 옆의 동료가 실수를 해도 웃어주고 괜찮아 하면서 다독여주고 힘을 발휘할수 있게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게임의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니까 그를 계속 족구에 집중할수 있게 갖가지 힘을 써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단어가 "아까비"다. 이 아까비는 그의 실수를 직접적으로 지적하지 않는다. 그저 아까울 뿐이고 너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는 의미다. 그리고 앞으로는 잘해보자는 의미이다. 나는 이 "아까비"란 단어를 의도적으로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많이 뱉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이 쓰고 있다. 속으론 정말 "야씨~"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까비"라고 뱉는다. 아깝지만 잊어버리고 게임에 집중하자. 그런의미다.
그리고 또하나 착한족구의 요소를 들수있다면 "나이스토스,리시브좋아"이다. 요즘은 이런칭찬이 일반화 되어있지만 이것또한 의도적으로 많이 썼다. 무조건 칭찬하는것이다. 토스가 완전 삐뚤어지지 않는 이상 나이스토스를 한다. 리시브를 못해 완전실점하지 않는 이상 괜찮다 싶으면 리시브 좋아를 외쳐준다. 그것은 모두 내팀 내동료의 몸에 힘을 불어주기 위함이다. 착한족구의 중요한 요소이다. 막상 토스를 하는 사람은 조금만 제대로 토스가 안되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느다. 그러다보면 이차삼차 연속으로 이어질수 있다. 정교함이 필요한 토스자에게 이것저것 주문,지적보다 잘할수 있게 하는방법은 칭찬뿐이다. 아무말도 안하는것도 해서는 안된다. 좋아좋아를 계속 외쳐줌으로써 토스의 발을 가볍게 만들어 줘야 한다. 리시브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게 해서는 안돼 이것보다 좋아좋아. 정말 지적하고 가르쳐줄것이 있으면 게임후에 편하게 얘기해줘라. 게임중에 말많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이런 지적질이다. 족구 못하는 사람들이다.
공격수에게는 더 특별하다. 정교함이 또 필요한것이 또 공격수 아니겠는가. 조금만 컨디션이 안좋거나 심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좋은 공격이 나올수 없다. 그런거 하자마 이런말보다는 좋아좋아 아까비 외쳐주어라 공격수는 실수하고나면 동료들한테 미안한것이 엄청큰 자리다. 배구는 여러공격수를 두고 네트게임을 하지만 족구는 대부분 한명의 공격수를 두고 하는 게임이다. 그러니 공격수의 심적 신체적 컨디션상태는 게임의 승패와 아주 직접적 관계에 있다. 실수를 해도 괜찮아 괜찮아 해주고 강하지 않아도 좋아지고 있어. 또 부담주지 않은 선에서 최선의 착한 족구를 하라. 그것이 족구 잘하는 사람이다. 수비잘하고 토스잘하고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공격수 기살려주는것도 족구잘하는 사람이다. 꺼꾸로 공격잘하는것은 기본이고 수비토스의 기운살려 팀의 경기력을 높이는것이 족구잘하는 공격수다.
실제로 얼마전 게임에서 이 착한족구를 이용한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모두들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 상황을 기억해보면 우리 막내들이 양쪽팀의 공격수에 나선 게임이었다 우리팀엔 허총무가 세타를 보고 내가 우수비를 보는데 이상하게 우리팀이 잘 안되는 것이었다. 내가 수비실수가 몇번 나오니 팀의 경기력이 말이 아니었다. 리시브가 흔들리고 수비가 안되니 중반까지 많은 점수차로 뒤지고 있었다. 그게 생각해보면 내가 리시브가 안되니 우리 허총무께서 나를 엄청 까셨다. 왜이리 리시브가 안되요. 여기까지 못보내요 머리에 뿔달렸어요? 참혹한 혹평을 해단다. 잘못해서 욕먹으니 어쩔수있나. 시무룩하게 족구하는데 우리 허총무도 자기자리가 아니니 세타자리에서 이리 뒹굴고 저리뒹굴고 웃기는 짬뽕으로 족구하는데 나와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그래서 흔쾌히 하고 세타자리에 섰는데 문득 그생각을 했다. 내가 하던 족구를 해야겠다. 허총무처럼 지적질 하는 족구말고 우리팀원들의 기를 살리고 한번 열심히 해보자. 비난이 아닌 칭찬을 하면서
말로 동료를 복돋으면서 착한족구를 해보자. 그 게임에 참여했던 족구인들은 기억날것이다. 그게임이 어떻게 뒤집어졌는지. 착한족구는 강하다. 분위기를 뒤집을수 있다. 허총무야 착한족구 하라.ㅎㅎ 나한테 지적질 그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