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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마왕일기

동호회족구의 미묘한 차이

by 족구마왕2 2021.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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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4대4족구를 시작했다. 
그 버스운전수의 노력으로 이 족구모임이 야족을 다시 시작했다. 참으로 고생하는 사람이다. 어느동호회건간에 이렇게
노력하고 수고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굴러갈수 있다. 그것을 회원들이 잘알아주고 따라주고 하면 그 모임은 잘 될수밖에 없다.
로데오의 초창기가 많이 생각이 났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문자메세지가 활성화 되기 시작할 무렵 한사람 한사람 전화해서 8명을 맞추려던 그 노력들. 단체문자를 날리기 시작하고 문자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은 전화로 해서 운동하러 나오라 사정사정해서
족구를 즐기던 그 시절 여러사람들의 진정한 땀방울을 흘리며 만들어낸 동호회. 이젠 커다란 지역 커뮤니티가 되었다. 추억이 아련하다.
 여기는 일단 모두가 공격욕심이 많고 공격을 하기 위해 이 모임을 참석하는것 같다. 공격하던 사람들이 공격 안하면 족구에 재미를 느끼지 못할테니 여기 이모임은 이렇게 사이좋게 돌아가면서 공격을 하나보다. 다른팀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도 있었고 대부분은 유니폼없이 각자 개인의 운동복을 착용하고 운동했다. 모두가 공격을 하다 보니 한사람 한사람 공격을 돌아가면서 게임을 했다. 나는 첫게임 공격하고 나머지 게임들은 수비만 봤다. 모두다 공격수이니 거기에 나까지 공격하고자 하면 뭔가 아니다 싶었다.
물론 내가 이 모임에 오래되고 이런 질서에 익숙해져 있다면 당연히 나도 돌아가면서 공격하려 했을것이다. 그런데 나는 너무 로데오의 질서에 익숙해져있다. 여하튼 나를 제외한 모두가 돌아가면서 공격을 하며 4대4족구를 했다. 
 참으로 다른 족구를 느꼈다. 모두가 어느 한 팀, 한 동호회의 소속이 아니다 보니 일단 어떤 소속감과 일치감이 없었다. 거기다
모두 공격을 하고싶어하고 그게 당연한 질서이다 보니 수비와 세타에는 관심이 없다. 한마디로 족구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족구 공격을 즐기는 것이었다. 자신의 공격시간에 제대로 때려내기 위해 족구를 하는것이다. 자신이 공격시간이 아니고 수비나 세타의 위치에 서게 되면 별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저 그 세트의 그자리에서 자리지킴이 뿐이 되질 않는다. 로데오에 비해 보았을때 전문가가 없는것이다. 그저 자신공격시간에 자신의 공격을 잘할려고 하고 때려내는 시원함으로 족구를 하고 있는것이다. 세타나 수비의 위치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크나큰 죄를 느낄 필요도 없고 다음번에 더 잘하려고 하는 생각도 없다. 왜냐면 다음번에 자기 공격때 공격만 잘하면 되니까. 수비의 리시브도 그렇다. 네트앞까지 예쁘고 적당한 속도의 공도 필요없다. 그렇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 왜냐면 현재 이 수비자리가 자기 자리가 아니니까. 수비나 세타 전문가가 없다. 그냥 잠시 있는자리다.
 거기에다 구장이 좁다 보니 세타뒤편 넘어가는 에이퀵이 나오면 그냥 점수로 끝이다. 그것을 우수비가 달려가 잡을수도 없고 또 잡을수도 없다. 구장이 좁으니까. 이러허게 되다보니 세타도 굳이 깊게 자리잡고 머리로 잡을 생각도 안하고 할수도 없다. 그러니 전체적인 게임이 게임답지가 않다. 그저 공격하고 세타쪽으로 넘어가면 그만이고 그나마 수비수방향으로 올때만 수비하고 긴장감이 전혀 없다. 이들은 이렇게 족구하고 있었다. 천원빵도 없다. 누군가 돈이천원씩 걷어서 물이라도 준비하자 하니 이모임의 연락병인 동시에 주관자인 버스운전수 K는 자신은 돈걷는것 싫다고 한다면서 완강히 거절했다. 자신들의 전에 모임에서 무슨 돈관계로 좋지 않은일이 있었나 보다. 여하튼 그렇게 천원빵도 없고 게임도 수비영역이 한정되다 보니 여기의 족구는 그렇게 즐기게 되어 있었다. 게임자체는 자신들의 공격연습용이고 한정된 구장내에서 한정된 족구를 즐기는 것이었다.
 어떤이는 대회참가도 많이 했을것으로 보이는 선수도 있었고 어떤이는 대회는 관심없고 우리끼리 이렇게 즐기는 것이 좋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한다. 대회를 관심있어하는 사람은 공격연습에 열중이고 대회에 관심없는 사람은 현재 이 구장에서 이사람들과 이렇게 족구하는것으로 만족하면서 족구하고 있는것이었다.
 이것에 뭐라 비판할 이유도 없고 간섭할 필요도 없다. 족구는 즐기는 자들의 권리이니. 어떻게 즐기던 재미있게 즐기면 되지 않겠는가. 
 나는 로데오 족구에 익숙해져있는 사람이다. 로데오 족구의 게임은 이 모임과는 확연히 다른것이 사실이다. 일단 전문가들이 있다. 세타나 수비나 나름대로 그 자리에서 족구게임을 즐기는 방식을 아는 전문가들이다. 그러다 보니 게임자체가 루즈할수가 없다. 게임의 긴장감도 그렇고 수비영역도 비교적 넓은 편이니 그리 한정되지 않는다. 공격수들도 자신의 공격연습을 한다기 보단 게임을 하고 있는것이 된다. 그리고 공격이나 수비수 세타들이 자신의 실수를 간단히 생각할수없다. 천원빵도 하고 있으니 자신의 실수는 곧바로 팀의 실점이고 게임을 이길수 없음을 안다. 이렇듯 족구의 즐거움을 느끼는 방식이 다른것이다. 실력의 높낮이를 따지는것이 아니라 족구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다른것이다. 최강부는 또다른 방식으로 족구를 즐기고 있겠지만 여기 동호회의 즐기는 방식중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공격수가 공격을 안하니 그리 흥이 나지 않는것은 사실이다. 그저 수비보면서 열심히 서브나 두드렸다. 한참운동이 끝나고 누군가 다가와 아는척을 했다. 
"형님 로데오에 운동하시죠? ..예전에 많이 봤던거 같습니다."
"아..그래요"
"저는 예전에 성남쪽에서 운동해서...희수형,태규,억수형 등등 같이했었어요."
"아.ㅎㅎ."
이중에서 공격을 잘하던 친구였다.


 여기 이모임도 잘 만들면 좋은 한팀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수비 세타 전문가가 없으니 그건 또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그렇게 나아가려는 생각보다 이렇게 즐기는것에 만족하면서 운동하는것도 괜찮을거란 생각도 들고 그랬다.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어떤 남자가수들이 좋은 노래를 하는데 별로 신나지 않는다.
족구를 땀나게 열심히 하지 못하니 음악도 시들어 보이는 듯하다. 밋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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