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서 일단 2대1 족구를 시작했다. 일대일에는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L이 혼자 하고 나하고
신대방사람이 같은편을 먹고 시작했다. L의 일대일 우월성은 탁월했다. 우선 서브가 너무좋고 수비도
첫번째 리시브가 남들과 확연히 달랐다. 처음만나 쬐그만 골대 두개를 네트삼아 하던 일대일과는
완전히 그의 플레이를 볼수 있었다. 우린 둘이 하고 그는 혼자하면서도 전혀 지치는 기색도 없고
계속되는 강한 서브와 안정적 리시브에 이은 좋은 토스 그리고 강하고 빠른 공격 아주 좋은 족력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우리는 내서브는 상대의 좋은 리시브에 별다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신대방사람의
리시브도 불안하고 실수도 둘이서 많았다. 둘이하는데도 점수를 만들지 못하고 끌려가며 뒤집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세트스코아 2대0으로 참패했다.
내가 궁금하던 발등서브도 의외였다. 전혀 들어오기 힘들것이다 했는데 아니었다. 실제로 초반에
두세번은 제대로 들어왔다. 역시 아주 강하게 들어왔다. 물론 실수도 여러번 했지만 대략 열번정도 발등
서브를 넣는다면 한 세번정도는 제대로 들어왔다. 아주 강한 서브였다.
그다음은 이제 일대일 족구를 했다. 우선 나와 L이 한판 붙었다. 강한 서브와 왕성한 활동력 안정적 리시브
일대일의 강자였다. 매일 혼자 연습하고 가끔 이렇게 한두명 만나 일대일을 해왔던 족력을 정말 크게 느낄수
있었다. 일대일 매니아이자 주특기를 가진 시골의 은둔족구 고수였다. 반면에 나는 연신 비교되는 서브의
강도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었고 상대 서브도 제대로 리시브해내지 못했다 간간히 먹히는 공격으로
비슷비슷 따라갔지만 결과적으로 참패했다. 연이어 지고나니 속으로 약간 끓어오는것도 있었지만 최대한
즐기려 노력했다. 다음은 신대방 사람과 내가 한판했다. 사실 신대방 사람은 체격은 호리호리 하고 날렵해
보였지만 실제적으론 그리 날렵하지 못했고 유연성이 많이 부족해보였다. 서브도 강도나 정확성도 많이
떨어져 셋중에선 제일 족력이 떨어져 보였다. 서브를 넣으면서도 너무 기죽이면 사람이 다음에 안나올까봐
살살 넣었다. 그래도 쉽게 이겼다. 다음은 L과 신대방..거기도 마찬가지로 쉽게 게임이 끝났다.
"아니 너무 잘하시는데요" 내가 물었다.
"잘하긴요" L이 대답했다.
말많은 버스운전사가 가버리고 셋이 있으니 더이상 많은 말은 없을듯 했다.
좀 쉬다가 다시 나와 L이 맞붙었다. 속으로 이번엔 잘해보자 하고 다짐했다. 그래도 구력의 자존심이 있지
이렇게 허망하게 져서는 안된다.ㅎ. 한참 열을 올렸다. 강한 서브와 공격. 화려한 수비와 안정적 토스 서로
자기만의 최고 플레이가 한두번씩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지지 않고 이기려는 마음의 표출도 보이기
시작한다. 적극적 플레이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한점얻기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서브도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넣어야 하고 리시브도 공을 끝까지 보고 정성들여 받아야 하고 토스또한 최대한 좋게
해놓으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러기 위해 막바지 체력까지 쏟아내야 되고 서로 땀에 푹젖은채 이리뛰고
저리뛰고 제대로 붙은셈이다. 듀스접점끝에 또 아깝게 패배했다. 중간에 신대방사람은 몸이 안좋아 일찍
자리를 떳다.
'아 진짜 안되네. 접점끝에 마지막까지 집중하지 못하고 만 실수. 한점싸움에서 그런 실수를 하다니'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또 붙었다. 이번엔 조금 작전을 변경했다. 서브를 한쪽만 넣던것을
두방향으로 번갈아 가면서 넣었다. 좀 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그냥 멍하니 놓지는 서브도 나오고
리시브가 제대로 되지 않는것들이 많이 나왔다. 이번판은 완전 압승했다. 끝까지 이 압승분위기를 놓치기
싫어서 계속 집중했다. 15대9로 완승했다. 기분이 좋아졌다. 또한판 이번엔 또 내가 졌다.
또한판 이번엔 그가 시작전에 얘기한다.
"이번 한번하고 집에 가시죠. ..이번판 이기시면 오늘 전부 이기시는겁니다."
웃으면서 나를 배려해주는 멘트였다.
엎치락 뒤치락 앞서다가 뒤지고 좌절하고 승리하고 번복이 연속되었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연신 헉헉거리며 공격 정확성도 계속 떨어져 갔다. 그도 나보다는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어보였으나 점수는
한점 한점 별차이가 나지 않았다 실수도 많아졌고 정확성도 떨어졌다.우여곡절끝에 내가 이겼다. 이제 좀 뭔가
내가 살아난 느낌을 가졌다. 이래서 게임은 어찌됐든 이겨야 되나보다. 이기고 나니 그의 약점도 보이고 나의
자신감도 보였다.
"한판더 하시죠" 내가 소리쳤다.
"네? 한판더요? 괜찮으시겠어요?"
내 체력적인면을 내심 약하게 보고 있음에 틀림없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
했으니 그는 그렇게 생각하는것이 당연하다. 다시 붙었다. 사실 이게임이 결승전 같은 느낌이었다. 그도 초반에
계속 이기던 분위기에서 이제 몇판을 졌으니 그냥 그대로 마지막 게임을 지고 싶지는 않았을것이다. 나도 그랬다
상승분위기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이 마지막게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둘이서 바닥난 체력으로 열심히 했다.
뛰는것으로 봐선 진짜 체력이 바닥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열심히 뛰어다니고 안되는 리시브는 뛰어가서
넘기는것으로 보충하고 서브도 서로 신중하고 강하게 넣으려고 노력했다. 나도 그랬고 그도 그래보였다.
정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다.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다시금 느끼며 조금씩 조금씩 밀렸다.
뒤진채로 10대8에서 11대8로 가는 상황에서 속으로
'진짜 힘든것인가...우쒸'
그가 실수를 하나하고 내가 서브넣는 차례가 됐다. 공을 들고 상대편을 바라봤다. 그가 뒤라인에서 약간 우측으로
몰린 위치에 서서 서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좌측이 공백으로 보였다. 여태까지 계속 게임하면서 그렇게 쳐다
보지를 않았었다. 쳐다봤어도 이렇게 개념있게 쳐다보지 않았던 것이다. 빈곳으로 넓어보이는 곳이 어디고 확률적
으로 그곳으로 넣어야 겠다 생각을 하면서 바라보지 않았던것이다. 우측라인을 타고 가는 빠르고 낮은 서브로 넣자.
먹혀들었다. 연거푸 두점을 얻었다. 11대11 동점이 되었다. 기세를 얻어 이번에는 서브넣는위치를 바꿔서 나의 좌측라인
쪽으로 와서 내 주특기였던 상대 반대편의 라인으로 서브를 넣었다. 역시나 효과는 별로없었다. 지금까지 수차례
게임에서도 이 서브는 쉽게 받았었다. 이번에도 쉽게 걷어올렸으나 불안한 리시브에 공을 나에에 그냥 넘겨주는
꼴이 되어버렸다. 나는 이기회에 신중에 신중을 더했다. 리시브 토스 계속 집중하여 오른쪽 앞쪽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나서 강한 공격으로 그의 좌측라인 나의 우측라인쪽으로 강하게 스매싱했다. 성공이다. 12대11 역전.
자신감이 붙었다. 나의 좌측라인에서 또 상대편을 유심히 보았다. 이번엔 그의 좌측으로 기울어져 나의 서브를 기
다렸다. 여태까지 잘받아오던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것이다. 내 그방향의 서브는 오늘따라 계속 각이 잘 나오지 않고
짧게 떨어지니 상대방은 아주 편하고 받고 있었다. 승부를 걸었다. 이번엔 좌측으로 넣자. 앞의 게임에서 몇번 시도했
지만 번번히 너무 꺽어 아웃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두세번 실수로 날려버렸던것 같다.
이번엔 상대편을 유심히 보았고 서브 때리는순간 집중했다. 성공이다. 한발도 떼지 못할정도로 완벽하게 깔려 라인
을 타고 뻗어나갔다. 완벽한 성공. 13대11. 여기까지 세가지를 얻었다. 자신감.상대편보는것.공격시 신중하게 끝까지
하는것. 그 이후 모든것이 컨트롤 되었다. 설령 상대가 서브리시브를 가까스로 올려 공격해서 성공해도 자신감때문에
서브를 효과적으로 넣을수 있었고 상대가 그냥 넘기게 되고, 리시브 토스로 앞으로 끌고가 강하게 또 스매싱. 또 서브도
상대편을 보고 공을 때려내는 순간까지 끝까지보고 신중히 가격. 남은 승리는 문제될것이 없었다. 완벽히 승리했다.
맘속으로 '휴~'하는 안도감이 일었다. 그래도 할만큼 한 족구경력인데 초반의 그런 패배감을 끝까지 가져갈까봐
노심초사 했던것이다. 휴 이겼다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대단하세요. 정말 오늘 제대로 족구했네요" 그가 말했다. "처음 본날부터 실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역시나네요"
"아이구..별거아닙니다. 그나저나 서브가 너무 좋으세요. 전 서브때문에 애먹었습니다." 내가 말했다.
"제가 할말입니다. 구석구석 서브넣는것 때문에 정말 어려웠어요. 또 공격도 정말 깔끔하게 잘하시데요. 꼼짝못했어요"
내가 두려워 하던것을 그도 두려워 했던것이다.
역시 족구는 상대를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자기와의 싸움이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상대 구경하면서 쪼그라들지
말고 자기자신에게 집중하고 볼에 집중하고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상대진영을 보고 상대를 파악하고 볼에 집중하라.
오랜만에 일대일 족구를 하면서 많은것을 느꼈다.
시동거는 차안에서 이현우의 "헤어진다음날"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밤공기도 시원하고 너무 좋다.
"그대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아무렇지도 않았나요
혹시 후회하고 있진 않나요
다른 만남을 준비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