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자네 이찬호 아나?"
"네 알죠."
" 그럼 임재규는 아나?"
"모르겠는데요.?"
"ㅎㅎ 임재규도 잘했거등.. 그 애 내가 키웠잖아."
"음..그래요?..."
학교 졸업후 별다른 운동을 갖지않았던 L은 그래도 자주 해보고 잘한다 소리 들었던 족구를 다시 해보려고 동네 족구동호회에 가입해서 첫날 회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와중에 파마머리가 덥수룩한 김영한이 마치 으시대듯 자신의 과거를 얘기하고 있다.
"족구는 말이야 이 리시브를 잘해야 해... 이렇게 양팔을 벌리고 손을올리고 폼을 일단 멋있게 잡아야 해~"
자신의 족구 노하우를 전한답시고 이래저래 말이 많다.
L은 그저 마냥 그런모습이 좋아보인다. 좋아하는 족구를 다시 시작할수 있게됐고 이렇게 동네 사람들도 알게 되겠다는 생각에 그냥 들떠 있었다. 한가지 드는 생각이 그저 아저씨로만 보이는 사람들이 왜이리 족구를 잘하는지 잘 가늠이 안되었다. 자신도 꽤 족구한다고 들었었는데 여기 동호회에 와보니 이건 명함도 못내밀겠다는 생각에 주눅이 들었다. 사십넘은 사람이 저렇게 강하게 공격할수 있나? 그런생각이 들었다. 몸도 그리 빠른것 같지 않은데 사람들이 수비도 잘하고 토스도 잘하고 모든것이 딱 분업이 잘되어 있었다. 그동안 겪은 L의 족구는 족구가 아니었다.
"자네 공격할수 있나?"
"좀 하긴 하는데......"
말끝을 흐렸다.
"한번 해봐"
그렇게 신입생 특혜로 공격수로 나섰다. 하지만 개판이었다. 자신이 해왔던 공격은 공격이 아니다. 우선 공격강도 부터 틀렸다. 군대나 학교에서 했던 아마추어 족구의 공격은 안축위주의 공격에다가 그당시 수준의 족구장에선 쎄게 보였던 공격강도도 여기와서 보니 밋밋하기 짝이 없었다. 상대 수비수들이 너무 쉽게 받았고 별 쓸모없는 공격이었다. 한동안 운동을 제대로 안해서 더욱더 실수도 많고 이건 족구공격수라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들이 하면 얼마나 하겠어 하고 덤벼들었지만 창피할정도로 참패하고 벤치로 들어와 땀을 닦았다.
"어...좀 ..하는데...."
"네?"
"신삥치곤 발재간이 있는데..어디서 좀 해보았나?"
"아뇨..군대랑 학교에서 조금 했어요"
"일단 발재간이 있으니 여기 정식 가입해서 수비부터 하고 차츰차츰 공격도 해봐"
진심인지 앞으로 동호회 활동 잘하라는것인지 분간이 안되지만 그팀에서 공격제일 잘하던 박명우의 부드러운 말에 창피함을 조금이나마 이겨낼수 있었다.
그이후로 L은 수비에 전념한다. 팀은 창단된지 얼마안되는 신생동호회이고 구장옆 교회의 김목사님과 거기의 신도인 김선산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 졌으며 회원도 15명 수준이어서 매 운동날짜마다 운동하려면 8명 맞추기가 어려운 동회회다. 토요일 오후 운동을 하려면 전화로 일일이 통보 및 참석 독촉전화를 해서 겨우 3시나 되어야 8명이 맞추어진다. 그래도 사람들은 족구의 재미때문에 기꺼이 그런 어려움을 감수한다.
L도 선배들 따라 팀을 배정받으며 즐겁고 땀나게 족구했다. 족구가 이런것이구나 하면서 다시금 느낀다. 볼 받는것부터 천천히 다시 시작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상대공격수의 몸을 미리 캐치 할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겠다. 내 옆의 동료들과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등등 수비수로 해야할것들이 머리속에 꽉차들어오는 느낌이다.
"저기 가서 저녁먹으면서 소주나 한잔하지?"
박명우가 L을 보면 말했다
"네."
"신입들어왔으니 다들 같이가서 한잔 합시다."
박명우가 다른회원들에게 소리치며 이끈다.
그렇게 뒤풀이를 하고 L은 정식회원 가입을 하게 된다. 이제 그는 팀 "두댐이"의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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